2021년 회고…

올해로 취업한지 만으로 10년이 됐는데, 최근 참 여러가지 변화들을 겪고 있는거 같다.

거미줄 쳐져있던 블로그에 거미줄들도 좀 걷어내보고 있지만, 누가 내 블로그를 봐주기는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뭐 여튼 오랫만에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회사…

회사를 두번째로 옮긴지 2년 반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전 회사에서도 딥러닝을 이용해서 object detection task를 처리하고는 있었지만 이게 실제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등을 알 기회는 없었는데, 이직 후 object detection task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라고 약을 팔아볼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한거 같다.

처음 이 회사에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나도 팀원들도 모두 딥러닝 뉴비들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는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줬고, 팀원들은 프로 월급쟁이 답게 그 기다림을 져버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나만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나 혼자 주목받기 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걸 다들 알게 만들어서 나에게 업무가 집중되지 않을 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보고 있다. 그런 의도에서 주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발표를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듣는 사람들도 좋아라 해서 나름 보람찬 것 같다.

처음 맨땅에 헤딩을 하며 혼자서 베이스를 잡아놨던 코드들에 이제는 내 지분보다 다른 사람들 지분이 더 많아진거 같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다보니 코딩 스타일도 그렇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그렇고 내가 원했던 방향과 달라진 경우들이 많이 보이지만 뭐 내 개인 프로젝트도 아니고 이건 감수해야하는거 같다.

추가로 내 확신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내가 기대하는만큼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틀린 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시행착오를 직접 겪어보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렸을땐 그냥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놓으면 좋은 제품들도 만들고, 회사도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틀린 생각이었던 거 같다. 똑똑한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런 사람들을 묵묵히 서포트 해주는 사람들의 역할들도 중요한 거 같다.

건강…

올해는 참 잔병치례가 많았다.

올해 초 테니스를 치다가 손목 인대가 조금 늘어난 거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걸로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집고 일어날때나 병뚜껑을 돌려딸때, 혹은 자동차 핸들을 큰 각도로 돌릴때 새끼손가락쪽 방향 손목에서 찡한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이 있었고 처음엔 잠깐 그러고 말겠지란 생각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거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때 쉽게 나오는 손목삼각연골 손상 통칭 TFCC와 증상이 비슷한 거 같았지만 손으로 눌렀을때 아픈 부위는 없었고, 손목에서 별다른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처음 방문했던 정형외과에서는 아래 이미지에 있는 근육이 뭉쳐서 아픈거라고 근육을 마사지하는 방법만 알려줬는데, 근육을 마사지하고 좋아진 상태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조금 좋아지는거 같다가 다시 증상이 악화되기를 반복했다.

From 손목이 아프세요? 주무르시면 안되요. 손목 통증 완화법

못미덥길래 다른 정형외과에 방문해서 MRI를 찍어보니 손목 연골이 많이 찢어져있다는거 같다는 판정을 받았고, DNA주사와 체외 충격파 치료를 병행할 것을 제시했다. 체외 충격파를 받으며 우선 그 고통에 한번 놀랐고, 계산을 하며 비급여 치료 금액에 또 한번 놀랐다.

세달 정도 치료를 받은 후 증상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다치기 전만큼 회복되진 않은거 같다. 치료를 끝낸지 한 두달 정도가 흘렀는데 최근에는 예전처럼 찡한 느낌은 거의 없어졌지만 가끔 근육이 좀 당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 팔 근육 마사지를 가끔 해주고 있는데 점점 마사지를 해주는 주기도 길어지고 불편함을 느끼는 빈도도 없어져 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손목도 손목이지만 올해 날 괴롭히고 있는 링웜!!!

결혼하고 나서 생긴 병인데, 어느날부터 피부에 살짝 두드러기 같은게 나더니 이게 원형으로 퍼지며 팔과 다리 등 여기저기에 옮기 시작했다. 피부과에 가서 약을 받아서 바르고 먹고 하면 나았다가 일년에 한 번 두번씩 재발을 하더니 올해는 봄부터 계속 달고 살고 있는거 같다.

아무래도 환경 개선이 필요한거 같아서 최근에는 내 몸에 닿은 모든 것에 메디톡스를 뿌려주고 추가로 내 빨래들은 모조리 95도 알뜰삶음 모드로 세탁을 하기 시작했다. 소독제 사용이나 빨래 삶기 등은 최근에 시작한거라 정말 이걸로 해결될 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봐야할 것 같다.

찾아보니 애완동물 용으로 나오는 약용 샴푸가 있길래 사람용은 없나 하고 찾아봤는데 사람용으로 나오는 링웜용 약용 샴푸는 존재하질 않는거 같다. 하지만 성분을 보니 니조랄이 애완동물용 약용 샴푸와 동일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찾아서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샤워할 때 니조랄을 사용해보고도 있다.

무슨 방법이 됐든 이제는 링웜하고는 이별을 좀 하고 싶다.

취미생활…

올해는 정말 취미생활에 진심이었던 한해였다.

회사 일도 좋아하고, 회사 얘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회사 사람들이랑 술먹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하다보니 그냥 모든게 회사 회사 회사였던거 같다.

최근들어 이게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 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들을 몇가지 만들었다.

우선 작년부터 시작했던 목공을 이제 개인 취미 목공 레벨로 계속 해보고 있다. 목공 장비들에 굉장히 진심이었고, 그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스노우볼 장식장들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있다.

꽤 많은 장비들을 샀지만 테이블 쏘 등의 전문 장비들은 없기 때문에 재단 등은 업체를 통하고 있는데 좀 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면 테이블 쏘 등도 구매를 해서 좀 더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소음이나 공간이나 이게 참 쉽지가 않은거 같아서 좀 아쉽다.

운동…

몇 년전 안사람이랑 주말마다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랑 게임같은걸 하고 싶어서 시작한 테니스는 아니었고, 그냥 스트레스 풀겸 레슨가서 코치님이랑 놀다 오는 정도로도 만족하고 있었지만 주위 테니스 인들로 부터 여러가지 도발들을 받게되고, 거기에 발끈해서 올해 초부터 초보 테니스 모임들을 찾아서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코치님이 레슨 해줄 때랑은 다르게 상대방을 배려해서 너무 받기 어렵지 않은 위치로 네트에 걸리진 않게 공을 잘 받아줘야 하는데 힘을 빼고 상대방에 맞춰 쳐주는 연습을 해본 적도 없었고 하다보니 처음 새벽 운동을 시작했을땐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이었던거 같다.

4월 정도부터 새벽 운동을 시작한거 같은데, 7개월간 일주일에 많이 연습할땐 아침저녁으로 주 11회씩 테니스 코트에 나가며 테니스에 진심이었다. 연습할때마다 영상으로 내 스윙 자세들을 녹화했고, 다음 연습 때는 지난 영상에서 맘에 안들었던 걸 하나 찝어서 고치려고 노력을 했었던거 같다.

몇달 전부터 찍어놨던 영상들을 NAS에 모아놓고 가끔 보는데 참 감회가 새롭다. 아직도 고쳐야할 것들이 많고, 서브 등 새로 연습해야할 것들도 많은데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은 참 좋다.

체력이 확실히 늘었다고 느껴지는게, 몇달 전만해도 20분 레슨에서 10분 정도만 지나면 가슴이 터질거 같고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40분 레슨에도 40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새벽에 운동을 나가보니 세상에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거 같다. 운동을 나온 분들 중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도 어렵지 않게 보이는데,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정정하게 운동도 하고 하면서 살 수 있었음 좋겠다.

에필로그…

올해는 여러가지로 생애 전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쉬어 가는 한해라는 생각으로 생각없이 살아봤다. 돈 때문에 아웅다웅하지 않고 사고 싶은건 다 사보기도 했고, 좀 더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으로 술 마시는 횟수도 좀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해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헤드헌터도 잘 연락을 주지 않는다는 그런 나이에 접어 들었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들이 계속 있는데 이 나이대로 살아보는건 처음이라 뭐 어떻게 살게될지 전혀 예측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진 내 나이대 치고 잘 풀린 인생이 아닌가 싶어서 감사하며 살고 있는데, 40대, 50대에도 계속 이렇게 꽃길을 걸을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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