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전환기 기념 여러가지 생각들…

빠른 생일이라 나이를 박쥐처럼 계산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박쥐 짓을 하더라도 빼박 40대가 되어버렸다. 생애 전환기에 들어선 기념으로 오랫만에 개인적인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직장 생활…

2011년 학교를 휴학하고, 1월 24일부터 첫 직장에 출근을 시작했으니 벌써 일을 시작한지 10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두번의 이직을 하고 세번째 직장에서 NPU(Neural-network Processing Unit)를 개발하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 시절 전공을 고르며 고민하던 당시 컴퓨터 비전 쪽 기술들을 보며, ‘아 난 이쪽으로 가면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란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세계로 잡혀와서 Object Detection 관련 논문만 탑을 쌓을만큼 리뷰하고 있는걸 보면 좀 아이러니하다. 물론 레거시 컴퓨터 비전 기술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으면 내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다행히 hand-craft 기반으로 돌아가던 컴퓨터 비전 기술이 대부분 nvidia-craft 기반으로 바뀐 덕에 내가 이걸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처음 취업 인터뷰 때 10년 뒤 어떤 모습이었음 좋겠냐는 질문에 ‘늙어서도 열심히 코딩하는 개발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얘기했던거 같은데, 다행히 아직도 코딩은 재밌다. 다만 내가 직접 코딩하기를 고집하지 않게 됐고, 누군가 좀 엉성하고 알고리즘적으로 덜 우아해보이는 코드들을 작성하는 것이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내 개인 프로젝트라면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회사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에서는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것 보다 요구조건만 충족된다면 제 때 잘 마무리 하는게 더 중요한 거 같다.

요새는 경험이 부족한 친구들을 서포트하며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좋은 구조로 더 좋은 코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논문 읽는 것도 재밌고, 기술 돌아가는 모습 지켜보는 것도 재밌고, 코딩도 재밌고, 이런 모든걸 해야만 하는 IT 회사 직원으로 사는 것도 재밌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좋지 않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기 때문에 그냥 회사 일이 취미 생활 같아 좋은거 같다.

취미 생활…

지난 직장에 있을때 회사 동료와 함께 테니스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도 테니스 레슨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20년이 넘는 세월은 짧지 않았기에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 없었던 거 같다.

한 일년 정도 열심히 배웠던거 같고, 그 친구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잠깐 쉬고 있었는데 다행히 안사람이 같이 배워주겠다고 해서 세번째 회사로 옮기면서 다시 레슨을 시작했다.

원래 주말에 일어나면 ‘영화가 좋다’를 보며 오늘 볼 영화를 찾고, 그 영화를 보며 혼자 맥주를 따는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에 안사람이랑 같이 취미를 공유하니 좋은거 같다. (안사람은 그렇게까지 테니스를 좋아하진 않는거 같긴 한데, 그래서 같이 레슨받아 주는거 자체로 더 고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목공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관성의 법칙에 의해 실제로 액션은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작년에 새로 회사에 들어온 신입 직원 한 명도 목공에 관심이 있다기에 같이 망원동에 있는 목공방에서 목공 수련을 시작했다.

같이 시작한 친구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얼마 후 수련을 그만뒀지만, 나름 재밌길래 일요일마다 공방에 가서 계속 가구 제작을 해보고 있다. 처음 시작할땐 테이블 쏘, 밴드 쏘 등등 기계 사용법들을 배우는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해보니 대패질, 톱질, 끌질 등등 생각했던거보다 로우 레벨한 작업들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은거 같다.

일주일에 하루 약 세시간 정도로는 숙련도가 쑥쑥 올라가진 않는거 같지만 다행히 강력한 전동 공구들의 힘을 빌리다보니 지금도 꽤 쓸만해보이는 물건이 만들어지긴 하는거 같다.

골프도 다시 좀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안사람이 골프는 좀 더 나이 든 다음 할 거 없을때 같이 시작하자고 해서 좀 참아야할 것 같다.

개인사…

첫 취업 당시 박사 수료까지 커리어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다행히 적지 않은 연봉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딩크(Dual Income No Kid)족이다 보니 경제적으로는 꽤 자유롭게 살고 있다.

취업이 결정되자마자 구매했던 스파크로 결혼도 하고, 청주에 있는 처가도 매해 몇번씩 왔다갔다 하고 있었지만, 경차의 한계로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다닐때마다 가속력이 너무 떨어져서 좀 불만이었는데…

세번째 회사로 옮기면서 주차장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서 자출을 핑계로 벤츠를 구매했다. 원래는 CLA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를 구매하려던 당시 19년식 인증 등으로 CLA나 C 클래스는 단종 상태였고 막상 매장에 가서 보니 혹해서 W213 E 클래스 4 Matic 모델을 구매하게 됐다.

가속력도 차고 넘치고, 몸집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 부부한테 부족함 없는 차인거 같다. 다만 강남의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회사 주차장(및 주차장 진입용 차량 엘리베이터)은 좁고 좁았기 때문에 벤츠로 출퇴근을 하면 주차장 진출시마다 스트레스를 받을거 같아서 출퇴근 용으로 미니 컨버터블을 하나 더 들이게 되었다.

두대 다 참 맘에 드는 차들인데, 차를 사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터진 관계로 밖에 나가기도 눈치가 보여서 키로수는 영 늘지를 않는거 같다.

신혼 시절 집은 커녕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빠르게 아이를 가지면 생활 수준의 업그레이드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다행히 여러가지로 나쁘지 않게 풀려서 집도 차도 가지고 나니 지금은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게 됐다. 다만 내가 어렸을때 받았던 교육 수준이나 대우들을 내 아이한테 해줄 자신도 없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인 내가 아이를 가지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구지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나랑 안사람 닮은 딸은 무지 이쁠거 같긴 하다. 나 닮은 아들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건강…

술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매일같이 술을 즐겨왔는데, 몇년 전 부터 건강검진 시 감마GTP 수치가 좀 높다는 얘기가 보여서 이제 좀 술을 줄여야 하나 싶다.

거의 주 5일 정도는 누군가와 혹은 혼자 술을 마셨던거 같은데, 이제는 주 2~3회 이내로 술을 줄여볼까 생각 중이고, 운동도 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간 수치 위에 별다른 건강 문제는 없는거 같아 다행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글을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앞 테이블에 맥주가 올려져있다.

바라는거…

몇년 뒤에 좀 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단독 주택을 지어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걸 위해 가끔 임장도 다녀보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하면서 준비를 해보고 있는데 이건 이룰 수 있는 꿈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 안사람은 계속 일을 하고 싶어하고 운전은 하지 않는데, 안사람 출퇴근을 생각하면 대중 교통으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입지여야 할 것 같고, 이런 입지라면 가격이 무시무시할 것 같다. 더군다나 안사람은 본인이 이직이 가능할 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근무지인 을지로 입구 혹은 강변에 접근이 빠르고 편해야 하는데, 이런 곳에 내가 원하는 입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또 가능하면 차고랑 내 개인 취미 생활을 위한 알파룸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경사지를 원하지만 이런 저런 조건들을 다 만족시키는 곳을 찾으려면 쉽지는 않을거 같다.

뭐 어쨌든 꿈은 꿔볼 수 있는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이거저거 알아볼 계획이다. 또 모르지 테슬라에서 자율 주행 레벨4(완전 자율 주행) 이상을 지원하는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서 안사람 출퇴근을 위해 꼭 대중교통이 필요하지 않을 그날이 올지도…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잘 풀려줘서 몇년 뒤에 더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었음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올해도 열심히 노력해봐야겠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나이 쯤 되었을때 이 글을 다시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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