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제가 리눅스를 사용해온지 9년째에 접어드네요. 예전부터 이런 페이지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리눅스를 설치해봤던 건 2001년, 정확히는 제 두번째 수능이 끝났을 즘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웹서핑을 즐기다가 themes.org를 발견했고, 그곳에 있던 색다르고 이쁜 스크린샷들이 제 눈을 사로잡아버렸어요.
당시에 이름을 날리던 알짜 리눅스를 구해 어렵게 시디를 굽고, 설치를 시작했죠.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어요. GTK-1.x 기반의 GUI는 I18N(Internalization, 한글 사용)을 위해 손이 너무나도 많이 갔었고, rpm 기반의 알짜 리눅스에 뭔가를 설치하는 건 굉장히 힘들었거든요.[1] 리눅스와의 첫 만남은 알짜, 래드햇, 와우, 한컴 리눅스 등을 번갈아 설치해보는 정도로 끝이 나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눅스와 저와의 인연은 그리 짧지 않았나 봅니다. 2001년 후반 웹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친구들을 모아 언픽스 [2]를 만들면서 리눅스와 저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의 웹호스팅은 굉장히 비쌌고, 제약이 많았습니다.
우린 다들 웹호스팅을 하나쯤 받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호스팅비를 모아 서버를 빌리는게 어떻겠냐는 생각으로 시작된 곳이 언픽스였어요. 어떤 친구는 php-imap 조합으로 웹메일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어떤 친구는 postgresql을 사용해보고 싶어했어요. 그리고 저는 리눅스로 서버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서로 함께 커갈 수 있는 공간… 그게 제가, 우리가 처음 바랬던 언픽스였습니다.
KT에서 임대 서버를 빌렸고, 선릉에 있는 KT-IDC에서 저와 리눅스는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당시엔 정말 초보였는데, 그 때 설치했던 레드햇 7.3으로 4년 가까이 별 문제가 없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던 거 같아요.
이듬해 홍익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지난 몇개월 간 서버를 운영했던 경험과 관련해서 학교 클래스넷의 개선 방향에 대해 학과 게시판에 글을 남겼는데, 그걸 본 정보전산원 주임님께서 학교 정보전산원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해오셨습니다. 홍익대학교 10층 정보전산원에 제 자리와 컴퓨터가 지급되었고, 기본적인 업무는 리눅스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리눅스로 데스크탑을 꾸며놓게 됩니다.
처음 시작은 Redhat + KDE였지만 여전히 설치는 쉽지 않았고, 완성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그 즈음에 공격적인 컴파일러 옵션들과 LFS(Linux for Scratch,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빌드하는 리눅스)를 알게 되었고, LFS를 시도해볼려는 찰나! 제 눈 앞에 Gentoo Linux가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GNOME 2.0이 릴리즈 되었고, GNOME 2.0을 설치한 순간 전 리눅스 데스크탑의 미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2부에 계속…
p.s) 리눅스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트랙백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1] apt-get, yum 등이 없었던 그 시절, rpm 기반의 배포판에 뭔가를 설치한다는 건 보통 짜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의존성 지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죠. 뭐 하나를 받아서 설치하려고 하면 새로 설치해야하는 것들이 두세가지씩 쏟아졌고, 의존성이 걸린 패키지들을 하나하나 다운받아야 했으니까요.
[2] 언픽스는 제가 운영하는 개인 호스팅 사이트의 대표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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