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나 자신에게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연구실에 남아 있을지 연구실을 떠나 회사를 알아봐야할지에 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지난 토요일 전문 연구 요원 시험을 봤다. 영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점수가 나올 것 같지만 국사는 정말 걱정된다.
시험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석사로의 진학… 그리고 석사로의 진학 때와는 다르게 여러가지로 많이 흔들렸던 박사로의 진학… 그리고 지금…
박사로 진학하게 되면서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고, MPEG 표준화 회의를 꾸준히 참석하며 비디오 압축 기술에 대한 동향, 표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표준화의 이면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알게 되었고 굉장히 재밌었다. 수학적인 배경이나 언어적인 능력도 많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구석에서는 아직 학생이다보니 느낄 수 밖에 없는 피해의식 같은게 자리잡고 있다. 학생이다보니 어딘가 무시받는 것 같고, 학생이다보니 연애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이 학교를 졸업했던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거 같은데, 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이유로 전문 연구 요원 시험을 보지 않고 있었다. 사실은 박사 수료 후 회사에 입사하는게 계획이었다. 회사에 입사 후 경험을 쌓고, 그러면서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돈을 모아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떠나 몇 년 정도 공부를 더 하며 교직에 설 수 있는 길을 꿈꿔왔지만 현실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가끔씩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 무섭게 느껴진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보니 고민을 나누기도 쉽지 않다.
30일이면 결과가 나온다. 모르겠다. 붙을 거라는 확신도 떨어질 거라는 확신도 없다. 그리고 붙어야 좋은건지 떨어져야 좋은건지도 모르겠다.
가방 끈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제한된 일들이 내가 원하는 일일지 의문이 든다.
나는 개발이 좋다. 연구가 좋다. 그리고 창의적인 일이 좋다. 내가 만든 무언가로 인해 누군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해낸 무언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내 길어진 가방끈이 나로 하여금 저런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학교에 남게 된다면 HEVC 표준화의 시작부터 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연구실을 자습실이 아닌 co-work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얻었다. 내가 아는 게 많아서 내가 잘나서 낼 수 있는 작은 성과가 아니라 같은 연구실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개선점을 찾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지도하며 나 스스로가 더 나아진 다는 것을 느꼈고, 이런 기쁨을 조금 더 누려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 선택은 내 몫이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던 올해 말에 웃을 수 있었음 좋겠다. 10년 뒤에 행복해할 수 있었음 좋겠다.
하루하루 재밌게 살 수 있었음 좋겠다. 매일매일 웃으며 살 수 있었음 좋겠다.
언제나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퐁앱으로 로또나 긁어보자구효.
화이팅 🙂
너 박사였냐! 화이팅이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