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도 최근 해외에 나갔다 올 기회가 잦았는데, 여기 저기를 다녀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한국인들은 최소 6년 이상 정규 교육을 받고, 그걸로도 모잘라서 TOEIC, TOFEL에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불구하고 외국에만 나가면 벙어리가 되는걸까?’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그렇게 쓸모 없는 내용인가요?
사실 저도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계획하고, 길을 물어보고, 소셜 이벤트에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뭔가 대단한 단어들을 사용한다거나 관계 대명사 등으로 얼룩진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고등학교 수준의 문법, 중고등학교 수준의 단어 정도만이 필요했을 뿐이죠.
유럽 애들이 영어를 잘 한다고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대화를 하다보면 문법에 틀린 문장도 많고, 엉망인 경우 정말 많습니다. 얼마 전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는데 옆에 유럽 아저씨가 ‘I came here tomorrow’ 요러구 있더라구요. ‘나 내일 왔어요.’ 뭐 이걸 들은 카운터 직원이 그러더라구요. ‘U mean yesterday?’ 말도 안되는 말이지만 저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도 다 알아듣는단 말이죠.
게다가 Speaking(그냥 말하기)이 아니라 Conversation(대화)이기 때문에 만약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Pardon’, ‘Excuse me’, ‘I’m sorry’ 정도로 반문하면 다시 천천히 말해주거나 좀 더 간단한 표현으로 설명해줍니다. 만약 내 표현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면 다른 식으로 다시 말하면 되는거죠.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제대로 된 한국어를 구사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 것처럼 얘네들도 똑같은 생각을 할거에요. 우리가 대강 얘기하면 얘네들이 알아서 걸러 듣는거죠. 미녀들의 수다에서 브로닌이 구사하는 한국어가 세련되진 않았어도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자나요.
사실 여행자 영어라면 그렇게 어려운 표현이 필요한 경우가 없습니다. 입국 심사에서 물어보는 내용이라고 해봐야 ‘Why are u coming here? (왜 왔니?)’, ‘How many days are u staying in here? (며칠이나 있을거니?)’ 정도 고, 길을 물어보거나 식사를 주문하기 위한 영어는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도배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벗어나는 순간 다들 벙어리가 되어버립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걸까요?
문법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문장, 문장을 만들기 위한 문법
예전에 받았던 영어 교육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문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계 대명사, 감탄문, 관용어 구 등등을 굉장히 중요시하다보니 영문법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에 들었던 교양 영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원어민 강사가 나와서 우리가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물론 아주 쉽게 잘 얘기해주긴 했지만) 영어로 얘기를 하고, 또 영어로 대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수업이었죠. 흥미를 복돋아주기 위해 영어를 이용한 여러가지 게임/과제 들을 통해 영어를 사용하도록 독려했고, 이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 매주 기다려졌습니다. 문법 ‘공부’는 재미 없었지만 ‘대화’와 ‘놀이’는 재밌었거든요.
사실 영어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1학년 수업을 4학년에 들은 덕에 재밌게 들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가 젊은 미대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는 점도! 한 몫 했었죠.)
하여튼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더라도 말을 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듯 말도 안되는 말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문장을 만들고 단어를 구사하는 것에 익숙해진 다음에 문법을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식 교육에서는 문법을 제대로 익혀서 문장을 만들어내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교육 방식은 ‘걷기도 전에 뛰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 되질 않습니다.
스스로도 제대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교사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들 (뭐 교대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한 우리랑 비슷한 벙어리 교사들이죠) 또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도 못하는 걸 가르치지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리 없습니다.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청출어람’ 해야 한단 말이죠.
제대로된 교육을 위해서는 시험등을 위한 문법/독해 위주의 영어가 아니라 언어로써의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기간동안은 제대로된 언어를 가르쳐주기 위한 원어민 강사가 필요하겠죠. 이렇게 배운 학생들이 배출되고, 제대로된 교육을 시켜줄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말입니다.
물론 분명 표현 방식의 차이가 있고, 억양, 발음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음
물론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의 차이도 있고, 생각의 방식이 다릅니다. 뭐 예를 들면 이 챕터에서는 blahblah를 공부한다! 라고 한국어식으로 표현한다면 ‘We will study blahblah in this chapter’가 되겠지만 얘네들은 ‘This chapter explains blahblah’ 식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한국어에선 물건이 주어가 되는 일이 별로 없지만 영어에선 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 등을 볼 때 영어 자막을 켜놓고 보면 대부분 아는 단어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막을 끄는 순간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게 되버립니다. 우리가 평소에 듣던거랑 똑같이 발음해주지도 않고, 액센트나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학습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치며
어쨌거나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실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한 영어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베짱있게 예전에 익혔던 것들을 마구 질러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드래프트 상태로 남겨두다 보니 처음에 어떤 결론을 내고 싶었는 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우선 결론 없이 -_-;; 글을 올려놓고 생각날 때마다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자 다들 용기내서 영어를 언어로써 구사할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습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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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미드에서 단어가 일드나 영어권외의 발음을 들을때보단 쉽게 들린다는거. 자막보면서 히어링 하는것도 조금이나마 생활영어에 도움이 될듯한데, 음 난 막상 나가면 어떨까 궁금하네.
애들이 다 요상하게 얘기해서 첨엔 뭔 얘긴가 싶을거에요 ㅋㅋ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까 하고 무서워서 말하기도 쉽지 않고…
This chapter explain blah blah 문장을 보니, 최근 읽은 ‘반말 잉글리시’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그거 읽고 나서, 제가 일하던 공장에서 ‘Mate, It’s no work!’ 이라는 간단한 말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이 전 같으면 ‘hey, mate, Look at this’라고 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