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난 9월 28일 전문 연구요원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불합격! 사실 다음에 있는 카페에 올라온 가채점 결과만으로 결과는 예상하고 있었다.

뭐 어쨌든 공식적으로 이제 전문 연구요원 자리를 찾아 나가야한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나는 지금까지 전문 연구요원 시험을 보지 않고 있었다. 가끔 술을 마시면 했던 이야기들이지만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불참하다.

사실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붙어 연구실에 남는 것처럼 달콤한 유혹은 없다. 이 나이까지 군 미필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따라다니는 고민은 바로 ‘언제 군대에 끌려갈지 모른다.’라는 압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 하나만 합격하면 연구 활동 만으로 군대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대한 유혹이 굉장하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내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삼성/LG 등의 대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post doctor 과정 등을 거쳐 교수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등이 생각해볼 수 있는 진로(실제 대부분이 택하는 진로)였지만 나로써는 두가지 경우가 모두 싫었다.

우선 첫째, 내가 공부를 계속해온 이유는 이 분야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개발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아온 선례들에서 연구 개발을 계속해서 하게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내 11년(학사 4년 + 석사 2년 + 박사 5년)의 연구 기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몸 값을 올리기 위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포닥/연구교수/교수로의 길은 어떨까? 우선 교수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수들은 (사실상) 종신 직이기 때문에 왠만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짤리는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정년 퇴임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자리가 나지 않게 되고, 운과 때가 맞지 않으면 교수로의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운 좋게 운과 때가 맞는다고 해도 아무 사회 경험 없이 공부만 한 내가 교수가 된다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넓은 사회 경험과 시야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비젼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 때 인정받는 교수가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길도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첫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불참했고, 그 이후로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원서를 넣지 않았다.

미련이 남다.

그럼에도 요번 전문 연구요원 시험에 응시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날 믿고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운 좋게 여러가지 기회를 얻어왔고, 다양한 것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난 후배들이나 같은 연구실 사람들에 비해 비디오 관련 동향을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을 수 있었다.

지난 1년 반동안 그렇게 쌓여온 내용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생각한 아이디어와 관련된 것들이 어떤게 있는지를 제시해줄 수 있었고, 그 아이디어를 다른 기술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혼자 하는 연구였지만 이제는 나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내가 아는 것을 조금 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졌다.

혼자 만의 연구가 아니라 우리들의 연구를 하는 그런 연구실로 연구실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런 이유로 전문 연구요원 시험을 신청했다.

악재가 생기다.

내년부터 전문 연구요원 선발 제대로 바뀌게 된다. 그 전까진 연 2회 시험을 통해 선발을 해왔다면, 내년부턴 연 1회로 횟수가 줄고, 한국사 시험 2급과 TEPS 점수를 통해 전문 연구요원을 선발하게 된다.

내년 2월에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바뀌는 제도에 대한 불안이었는지 요번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 거기다가 영어 시험의 난이도가 다른 때에 비해 조금 낮았는지 고득점 자가 속출했다. (믿을 건 영어 뿐이었는데 변별력을 담당하던 영어의 비중이 낮아지고 국사 점수에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일이 발생해버렸다.)

결국 타해 후반기 합격 점수가 530점 정도였던데 반해 요번 합격 점수는 581.3에 달했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전문 연구요원으로 연구실에 남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교수님께 이렇게 되었단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그동안 연구실에서 해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다음 취업을 하는 것 뿐이다.
이력서도 정리하고,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에 이력서도 하나하나 보내봐야할 것 같다.

막상 보여줄 건 그리 많지 않다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가능하면 ETRI나 KETI 같은 연구소에 가서 지금 하고 있었던 표준화 쪽을 조금 더 하고 싶지만, 저널 논문이 많지 않은 나로써는 조금 자신이 없다. 연구소에 갈 수 없다면 휴대폰이나 웹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이 쪽도 별로 길이 없다보니 불안하다.

이런 불안이 나로 하여금 생각치도 않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게 만들고, 내 신념을 잊고 살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정말 걱정 된다.

올해 말엔 정말 웃을 수 있었음 좋겠다.

행복하고 싶다.
덧: 이력서 업데이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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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나의 이야기…”

  1. 좀 주제넘는 짓인 것 같긴 하지만..
    제가 관심이 많은 회사가 있는데, 엔써즈 라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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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창 사람을 뽑는 중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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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 분야와 관련이 있어 보여서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전 그냥 블로그 구독자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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