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김광석씨의 라이브 앨범에는 다음과 같은 나래이션이 실려있다.

처음 보내드린 곡이 서른즈음에 라고 하는 노래였습니다. 공감하시는지요.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내면서 지냅니다. 10대 때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자꾸 비춰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

그러다 20대 때 되면 스스로를 찾기 위해 좌충우동 부대끼면서 그러고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그렇게 지내지요. 자신감은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는 못해서 다치기도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래도 자신감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버리던가 스스로 깨지던가.

그러면서 그 아픔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서 조금씩 비껴나가죠. 피해가고… 일정부분 피해가고 일정부분 비껴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이에 니은자 붙습니다. 서른이죠.

그 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하고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도 더 이상 재밌거나 신기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후배를 하나 만났는데 올해 갓 서른이에요.

형, 왜?, 답답해… 뭐가? 재미없어… 글쎄 뭐가? 답답해… 너만할 때 다 그래…

뭐 그런 답답함이나 재미없음이나 그런것들이 그 즈음에, 그 나이 즈음에, 저 뿐만이 아니라 그 후배 뿐만 아니라 다들 친구들도 그렇고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계속 그렇게 답답해하면서 재미없어 하면서 지낼것이냐 좀 재밌거리를 찾고 이루어내고 열심히 살아보자 뭐 그런 내용들을 지난 7월에 발표한 4집 앨범에 담았습니다.

어렸을 적 생각에 나이 서른이라고 하면 뭔가 멋있어 보였고, 내가 그 나이쯤 되었을 땐 좋은 직장도 가지고 멋진 여자와 만나 결혼도 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다.

‘답답하다.’

최근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말 중 하나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직장도 가지고 돈도 벌고, 자리도 잡아가는 것 같은데, 나 혼자 바보같이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차도 사고 싶고, 집도 다시 나가고 싶고, 좋은 악기도 사고 싶고, 맘에 드는 아가씨한테 멋진 저녁을 대접하면서 고백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 수입은 너무 불안정하다.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이 명함을 주고 받는 걸 보면 너무나 초라해지고, 나 혼자 아이인 것 처럼 느껴진다.

가끔씩 듣는 ‘태영씨는 학생이니까…’ 이런 말이 너무 싫다.

석사를 시작할 땐 뜻이 있었다. 대학원에 대한 환상도 있었고, 내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운좋게 해볼 수 있었던 경험들이나 내가 짜왔던 코드들이 내 실력을 대변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냥 이러고 있으면 좋은 곳에서 날 병특으로 데려가 줄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 2년 간의 석사 생활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박사 생활이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금전적으론 힘들었지만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생겨났고, 그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볼 수 있게 되었다.

연구실에 있지 않았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많은 경험을 해보고 있다.

지금 내 문제는 내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같다. 최근 연구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것들보단 시간만 있다면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계적인 일이 그립기도 하다.

때로 들어오는 큰 수입 보다 크진 않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다. 어린아이의 어른 놀이가 아닌 어른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안정되고, 내 삶을 공유할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고 싶다.

어렵다. 그리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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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생각…”

  1.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아니다 라는 말처럼 재섭게 들리는 말도 없겠지만, 요즘 정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갑자기 종나 늙은척;) 항상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하는데…
    그리고 당신은 학생치고는 돈을 많이 버는게지!
    또 직장다녀도
    “차도 사고 싶고, 집도 다시 나가고 싶고, 좋은 악기도 사고 싶고, 맘에 드는 아가씨한테 멋진 저녁을 대접하면서 고백도 하고 싶다.” 이런걸 쉽게 하는 사람은 없을걸? 캬캬캬

    1. 흑 어렸을 때 생각하던 어른의 모습하고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어른의 모습은 너무 다른거 같아요. ㅠ.ㅠ 정말 물 속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오리의 발장구질이 생각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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