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용어…

어제 저녁 친구가 CSS 문서에 사용된 ‘static position’ 과 ‘relative position’을 어떻게 번역하는게 좋을지 물어왔다. 근데, 이거 대답해주기가 쉽지 않다. 어떤 문서를 번역함에 있어 한국말에는 없는 표현 때문에 대체할 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게 딱 그 경우다.

우선 ‘static’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사전을 찾아보자.

static
정지하고 있는, 변화하지 않는, 움직임이 없는

사전대로라면 ‘정적 위치’와 ‘상대적 위치’가 될텐데 (실제 이렇게 번역해놓은 책들이 많다.), ‘정적 위치’라고 한다면 말도 어색해지고 의미도 불분명해지는 것 같다.

CSS 에서 ‘static position’은 현 context사실 이 ‘context’란 단어도 정말 번역하기 껄끄러운 단어 중 하나이다. 상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원래 이 엘리먼트가 놓여있었을 위치를 의미한다. 뭐 어떻게 끼워맞추면 원래 있었을 위치에서 안움직였으니 ‘정적 위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잘 사용되지도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본 위치’로 번역하는 건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줬고, 이 친구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 물론 static이 가지는 의미와 ‘기본’이 가지는 의미는 다르지만 ‘static position’과 ‘기본 위치’는 서로 잘 대응되는 것 같으므로 저렇게 번역해놔도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번역은 한마디로 말의 무게를 다는 것’이다. 저울의 한 쪽에 저자의 말을 얹고 또 한 쪽에는 번역어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 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하지만 저울에 올리는 것은 사전에 정의된 말이 아니라 저자의 말이다. ‘저자의 정신이 투입되어 스며들어 있고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깊은 수정이 가해진’ 말이다. 그것은 살아서 고동치는 말이며 원문에서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다리를 뻗어 작품 전체와 긴밀히 얽혀 있다. 저울에는 그 생명의 무게가 얹힌다. 따라서 저울의 한 편에도 ‘똑같은 생명의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등가의 무게’가 필요하다.

from 번역사 오딧세이

윗 내용은 우일님께서 한국 번역자 모임 블로그에 올리신 글을 인용한 것이다. 강조해 놓은 내용처럼 정말 원문에 쓰여있는 단어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깊은 수정이 필요하다. 번역, 단어 선정 정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덧: 곧 제가 번역한 책이 나와요. 다들 많이 사주세요. ㅠ.ㅠ

Published by

One thought on “번역과 용어…”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class="" title="" data-url="">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pre class="" title="" data-url=""> <span class="" title="" data-url="">